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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여지 매수청구, 무조건 되는 걸까
토지 일부만 수용된 내 땅, 남은 땅은 어떻게 해야 할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도로나 철도, 공공시설을 짓기 위해 개인의 토지를 강제로 수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토지 전체가 아니라 일부분만 수용되는 경우입니다. 남은 땅, 이른바 ‘잔여지’는 모양도 이상하고 활용도 어렵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럼 남은 땅도 함께 사달라고 하면 되지 않나요?”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특히 강제수용이 아닌 ‘협의취득’인 경우, 이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오늘 소개할 판례는 바로 그런 상황을 다룬 사례입니다.
사건 개요: 토지 일부 “협의취득”, 잔여지는 어떻게?
A씨는 공공사업을 위한 도로 건설로 인해 자신의 토지 일부를 국가에 협의취득 방식으로 넘겼습니다.
협의취득이란 말 그대로 토지 소유자와 사업시행자가 ‘서로 협의해서 매매 계약을 맺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나머지 땅이었습니다. 모양도 애매하고 활용 가치도 떨어졌죠. 그래서 A씨는 “잔여지도 함께 사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사업시행자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A씨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내용은 “잔여지도 함께 샀어야 한다.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요?
쟁점 정리: 잔여지 매수청구가 가능한가?
1. 협의취득과 강제수용, 무엇이 다른가?
- 강제수용은 토지수용위원회가 재결을 통해 토지를 수용하는 것으로,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잔여지에 대해서도 형성권(일방적으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이 인정됩니다.
- 협의취득은 민법상의 매매계약으로, 토지 소유자와 사업시행자가 ‘서로 동의’해야 계약이 성립됩니다.
2. 특례법에 따른 협의취득도 형성권을 인정할 수 있을까?
- 특례법 제4조 제6항은 “사업시행자는 잔여지 소유자의 청구에 따라 이를 취득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 여기서 ‘청구’라는 단어 때문에 많은 사람이 잔여지 매수청구권이 있는 것처럼 오해합니다.
- 하지만 대법원은 이 조항이 형성권을 인정하는 규정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3. 민사소송으로 잔여지 보상금을 요구할 수 있을까?
- 강제수용의 경우, 일정 절차(토지수용위원회 재결 → 이의재결 → 행정소송)를 따라야 합니다.
- 협의취득의 경우엔 형성권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소유자가 잔여지를 사달라고 요청해도 사업시행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계약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 따라서 대법원은 민사소송으로 잔여지 보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요지
1단계: 강제수용의 경우 잔여지 수용청구 절차가 있다
- 수용 전에 기업자에게 협의 요청 → 협의 불성립 → 수용 재결 전에 수용청구 가능
- 수용재결 및 이의재결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의재결에 불복 시 행정소송 제기 가능
2단계: 협의취득은 사법상 매매 계약일 뿐
- 특례법에 의한 협의취득은 행정행위가 아니라 사경제주체 간의 계약입니다.
- 따라서 토지소유자의 청구는 ‘청약’에 불과하고, 사업시행자의 승낙 없이는 계약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3단계: 형성권(일방적 권리 주장)은 인정되지 않는다
- 특례법은 잔여지에 대해 ‘청구’는 할 수 있지만, ‘형성권’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 즉, 소유자의 일방적 의사표시로 매매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결론입니다.
일상 속 유의사항
- 내 땅 일부만 도로나 공원으로 수용될 경우: 남은 땅이 쓸모없어졌다고 생각되면 잔여지 수용청구를 할 수 있지만, 반드시 강제수용일 때만 가능합니다.
- 협의로 땅을 넘겼다면?: 잔여지까지 함께 팔고 싶다면, 협의 단계에서 반드시 조건을 명확히 정리해야 합니다.
-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감정평가사나 변호사와 상담을 꼭 받으세요.
예방을 위한 조언
- 협의취득 전, 전체 토지의 이용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세요.
- 잔여지 처리 문제는 협의 계약서에 특약 형태로 명시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 공공기관이라고 해서 무조건 강제수용이 가능한 건 아닙니다. 협의 과정에서 내 권리를 충분히 주장하세요.
핵심 요점 정리
- 협의취득은 민법상 계약으로, 토지소유자의 일방적인 매수청구(형성권)는 인정되지 않는다.
- 잔여지 매수청구는 강제수용 시에만 형성권으로 행사할 수 있다.
- 특례법에 따른 청구는 단지 ‘청약’에 불과하며, 사업시행자의 동의 없이는 매매가 성립되지 않는다.
- 민사소송으로 잔여지 보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
- 협의취득 시 잔여지 처리 문제를 명확히 계약서에 포함시켜야 한다.
위 내용은
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2다68713 판결을 참고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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